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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개발자로 1년.. 그리고 감정과의 싸움

태영(泰伶) 2024. 11. 7. 00:44

개발자로 일한지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간 나는 잘 해오고 있었는가?

질문을 해봤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이미 고객사도 열 군데 이상 탄탄하게 확보되어 있는 데다,

최근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마디로 사업은 아주 탄탄대로 잘 나가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은데...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막막함과 모호함이 나를 짓누른다.

 

 

 

나는 그것이..

그저 내가 다른 분야에서 왔어서, 그래서 적응하는 과정이라고만 여겨왔다.

그래서, 시간만 흐르면, 내가 그간 노력만 잘 해온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동료들이 항상 말해오던,

 

내가 짠 코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것,

문제를 풀어냈다!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다양하게 고민해보는 것,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병목현상을 만들지 않을 것,

시키는 것만 하지 말고, 알잘딱깔센 해야 할 일을 찾을 것,

모르겠는 부분이 있으면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 물어봐서 해결할 것,

 

나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개발 실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험과 경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이외에도 남아있는 문제들을,

어릴 적부터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숨겼던, 회피해왔던 내 습관 때문이라고 이제는 생각한다.

 

"넌 언니니까..."

"착하지??"

"니가 생각한 그 방법은 효율적이지 못해 (그러니까 틀린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거 보니, 너 아직도 어리구나. 왜 엄마아빠의 깊은 뜻을 몰라주니."

 

 

잘하고 싶어서,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멋진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서,

(정신적으로) 어리게 보이는 건 죽어도 싫어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해 내는 대신,

나는 잘 할 수 있는 척,

아는 척,

당당한 척,

(혼자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발버둥을 치든)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이 태도가 문제였구나....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는 요즘..

나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30년간 하지 못했던 것들을 겪고 배워나갈 수 있을까...

벅차다.

 

 

대학원 시절 힘들 때마다 듣고 울던 형()이라는 노래를

또다시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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