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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위너 진로 컨설팅,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ㅎㅎ (feat. 내돈내산, 광고아님) 본문

일기

와이즈위너 진로 컨설팅,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ㅎㅎ (feat. 내돈내산, 광고아님)

태영(泰伶) 2022. 10. 1. 22:24

내 나름대로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공부 잘 하면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부모님 말을 착실히 듣고 공부했다.

다만, 요령껏 공부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내 성적은 엄~청 우월하지는 않았다. 그냥 보통..?

 

성적에 맞춰서 자연계열 학과로 지방 4년제 대학을 진학했고,

또 거기서 주어진 공부는 열심히 했다.         <<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ㅋㅋㅋㅋ

그리고 주변에서 들리는 말은 이랬다.

"전공 살리려면 대학원에 가야 하고, 최소 석사학위는 있어야 한대."

난 비싼 등록금을 들였으니까 전공은 당연히 살려야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학원까지 non stop으로 진학한 'born to be 베짱이'는 미친듯이 쏟아지는 일거리에 파묻혀 허덕허덕 2년을 보냈다.

졸업논문까지 모두 통과되고 졸업식을 기다리는 사이, 학교 내 조그마한 위원회 행정직 제의가 들어왔다.

석사학위를 버리고 가야 하는 일이었음에도 나는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당시 나는 너무도 지쳐있었고, 이 학위를 가지고 취업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말렸음에도 연구직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 같은 삶을 그렇게 무려 3년 넘게 보냈다.

그동안에도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내게 맞는 일이란 확신이 드는 것이 없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내가 굳건히 밀고 나갈 진로를 찾고 싶었다.

 

"돈이야 무슨 일을 해서든 생계 유지만 되면 그만이지, 즐거운 일? 삶의 의미를 찾는 일? 무슨 배부른 소리람. 너 하고 싶은 건 퇴근하고서 남는 시간에나 해."

이라고 방황하는 나를 무작정 나무라는 부모님에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내 모든 경력과 경험들을 내려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찾고 싶었다.

 

워크넷에서 제공해주는 성인용 진로적성검사를 시도했지만 영 와닿지 않았다.

 

아니, 그래서, 그 직업은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데?

대학 졸업까지 다 한 이 마당에 내가 그걸 새로 도전하라고?

이런 질문을 할 곳도 없었고, 한다고 한들 대답이 돌아오지도 않았다.

 

이제는 더 방황할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초조해지기만 했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게 되는데, 아무 일이나 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 않았다.

즐거운 일을 해야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설 진로 적성검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얻어 걸린 키워드 '성인 진로 컨설팅'.

 

뭐야? 나 말고도 이렇게 고민하는 성인들이 많다고?

다 제 앞길은 알아서 닦아가고 있는 것 아니었어?

 

수없이 많은 물음표들을 뒤로하고

성인 진로 컨설팅을 해 준다는 사이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럼에도

"너는 애가 너무 뭘 잘 믿어서 탈이야. 일단 의심을 좀 하라니까?"

인이 박히도록 가족들에게 들었던 이 말 때문에도 선뜻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며칠간 고민을 이어갈수록,

이런 도전을 지금에라도 하지 않는다면 현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 외에는 내 인생에 답은 없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래, 해 보자."

 

 

내가 그 중에서도 고른 컨설팅 업체는 와이즈위너였다.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컨설팅이란 소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수없이 고민해왔던 이유도 따지자면 그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을 테니까.

 

현실적인 '나이',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상황'

그리고, 제일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돈' 문제까지.

 

이제껏 수많은 진로 적성 검사를 거쳐오면서 생각했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생각하면, 결국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걸 반영해서도 정말 내가 바라는 걸 찾을 수 있어?!

 

그랬다.

찾을 수가 있었다.

 

내가 살아온 삶을 최대한 요약해서

(요약했다기에는 사실 TMI가 과하게 많았던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대표님ㅋㅋㅋ)

무료상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다음날쯤엔가 바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도 헐랭헐랭 설렁설렁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서,

부모님마저도 "하아.. 쟤는 노력만 좀 하면, 뭐가 되어도 될 앤데.. 그 놈의 노력을 안 해서...." 하던 나였기에,

나는 내가 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그 무료 상담에서 류동연 대표님은 내게

아니라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그 동안 고생 많았겠다고 해주셨다.

아무래도 난 그런 위로가 필요했었나 싶을만큼

그 한 마디에 울컥하고 말았다.

 

그렇게나 진솔하게 상담해주시면서도,

대표님은 한 번도, 와이즈위너 진로 컨설팅을 반드시 받아야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셨다.

솔직히 상담 신청을 했을 때 어느 정도 홍보는 각오를 했었는데도,

꼭 와이즈위너가 아니라도 진로상담이 필요하기는 하겠다고, 꼭 받아보라는 이야기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말씀하시지 않았다.

뼈때리는 듯한 현실적인 팩폭에 쿡쿡 찔려가면서도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가 않았다.

당연히 내가 들을 수 밖에 없는 말이었다.

 

"왜 그 물경력으로 시간을 죽이고만 있는 거예요?"

"도전하면 되는데 왜 겁을 먹고 있어요?"

 

10분간 대표님과 전화로 상담을 처음 하고 나서,

이 컨설팅, 해 보자는 생각이 더욱 짙어졌다.

내 앞의 두터운 안개가 걷힐 수만 있다면, 46만원? 그 투자 쯤은 하나도 무섭지 않아졌다.

 

 

결제 직후에 다가왔던 국민 대명절 추석 탓에 조금 일정이 미루어지기는 했지만

연휴 전후로 꼼꼼하게 진로 컨설팅의 첫 번째, 두 번째 단계를 수행해 나갔다.

 

 

1단계, 와이즈케이터 진로 적성 검사.

와이즈위너(Wisewinner) + 인디케이터(Indicator)의 합성어 같다.

이 부분은 여느 진로 적성 검사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양이 어마무시 많았다.

문제만도 680문제에 이르렀으니까.

 

푸는 동안, 어? 이거 앞에서 본 문제 같은데?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착실하게 풀어 나갔다.

 

효(孝), 봉사에 관련한 질문들도 나왔는데, 내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려니까 쿡쿡 찔려왔다.

나님... 로봇인가... 감정따윈 없나....?ㅠㅠ

680문제 중 하난데, 상당히 고민했다..ㅎㅎ 스스로가 너무 속물인가 싶어서 자괴감도 살짝 들었다.

모두 푸는 데에는 50분 정도 걸렸다.

 

어떤 의도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사전 안내를 받았는데,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풀었는지는 모르겠다.

(나 자신아 반성해!!ㅋㅋㅋㅋ)

 

 

추석 연휴 때문에, 1단계 결과를 받아들기 전에 나는 2단계를 먼저 진행했다.

(1단계 결과지를 받는 데까지는 평일기준 7일정도 소요된다고 사전 안내에 적혀있다. 난 연휴가 끼어있었음에도 까만 날로만 4일?만에 결과를 받아보았다. 안전빵으로 7일이라고 써두신 것 같다ㅎㅎ)

 

1단계 결과지가 나와야만 2단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런 데이터 없이 2단계를 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 결과 여하에 따라 2단계를 진행하는 데 영향을 받을 것 같았다.

 

2단계, 진로 디자인 강의.

결제하고 나서 사전 안내를 받을 때, 강의 링크를 주신다.

그걸 따라 들어가면, 약 1시간 짜리 유튜브 동영상이 하나 나온다.

(이건 진로 컨설팅 받는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강의다!)

 

그 강의에서,

"진로 탐색이란 이렇게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서 하는 겁니다"

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동영상을 보면서 내 스스로 좋아하는 행동과 활동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로부터 어떠한 진로를 찾아나가는 과정까지를 실습하는 단계였다.

 

거기서 좋아하는 행동, 활동을 적는 동안, 굉장히 어이없는 웃음만 흘렀다.

 

그 옛날 조선시대 때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이 좋아했다고 말했을 법한 행동들을

내가 좋아하는 행동이라고 적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그 이유였다.

 

"나, 모르긴 몰라도 많이 지쳤던 건가?"

"베짱이가 따로 없네. 돈 많은 백수 말고는 이거 진로 탐색 할 수 있는 게 없겠는데?"

싶을만큼 노는 일밖에 좋아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이 강의를 따라서 선택하게 되는 진로가 반드시 내가 원하는 진로가 아니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사전 안내 때 본 바가 있었다.

 

그저 진로를 찾는 건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직업에 대한 간만 보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면서) 열심히 수행했다.

 

 

2단계 강의를 따라 작성한 과제물

위의 두 가지 파일과

 

추가 과제물

+ 내 이력서를 작성해서 대표님께 보내고 나서야

3단계 1:1 진로컨설팅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1단계 결과지는

카톡으로 전송받은 무려 16장짜리 PDF파일이었다.

이렇게 멋진 표지로 시작하는 파일은,

모든 페이지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물론 풀어낸 문제 수가 많다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너무 잘 파악하셨는데?!

 

요렇게 세세하게 분석해주셨다:)

 

주 성향 유형이 '연구형'이고 보조 유형이 '전달형'이어서 잠시 멘붕은 왔지만,

(주변에서 다들, 그냥! 박사과정 그까이 거 조금만 참으면 교수 하면 딱이겠구만! 그냥 박사과정 가!라고 했었는데,

검사 결과마저 그렇게 나온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나 박사과정 싫은데....? 나 자꾸 내 본능을 무시하는 거니...?)

 

어차피 모든 결과는 3단계 1:1 컨설팅에서 결론이 난다고 했으니까,

애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3단계, 1:1 진로 컨설팅.

과제물을 모두 제출한 것이 확인되고 나서 대표님과 1:1 컨설팅 일정을 잡았다.

무제한 컨설팅이라고 홈페이지에 되어 있어서 더 안심했던 것 같다.

 

컨설팅은 Zoom Meeting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간 화상 상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하나하나 다 살피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간 어지간히도 속에 담아둔 것이 많았는지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도 울었다.

그런데도 얼굴 하나 찡그려지는 모습 없이 대표님은 담담하게 상담해주셨다.

우는 내게 화상 컨설팅이라 휴지를 줄 수도 없고 농담까지 하시면서 나를 편하게 대해주셨다.

 

컨설팅에서

월급은 얼만지, 결혼 생각은 있는지, 가정환경은 어떤지

사적인 질문들을 내게 하셨다.

 

이런 모든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불편하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셨지만

뭐 어때, 하고 나는 전부 다 밝혔다.

 

이외에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시면서 질문하시는 것에 대해 내가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컨설팅은 한 1시간 정도 이어졌다.

 

다음 컨설팅 전날까지 제출할 과제가 주어졌고,

아마도 첫 1:1 컨설팅 이후에 모든 사람들에게 하시는 질문으로 보이는

과제물 4가지 정도가 주어졌다.

 

일이란 내게 무엇인지, 내 일은 이러이러하면 좋겠어요, 이러이러한 일은 싫어요 등

(검색이 아니라 오롯이 내 머릿속으로 생각한 답을 써야 했다.)

 

나는 거기에 더해져서 '본가로부터 독립'이라는 과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독립에 대해서 진심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성해달라는 과제였다.

 

"독립? 당연히 으마무시 하구싶쥬!!!!!!"

내 뜻은 이러했으나,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과제를 작성해두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부모님께 선전포고를 했다.

독립을 반대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반박을 했다.

(어... 물론 말로 했다간 내 하고픈 말 다 못할 것 같아서 카톡으로 장문.....을 날렸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울며 작성한 카톡 장문 편지(?)를 저질러놓고 겁이 난 쫄보는

그 날 오랜 시간 밖에서 방황을 하려고 했다.

퇴근 시간 이후 당장에 불러들인 부모님 덕에 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노발대발 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은 의외로, 차근차근 나를 달래듯 독립은 나중에 때가 되거든 하자며 나를 타이르셨다. 

 

어떤 본능적인 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이 싸움에서 내가 진다면, 앞으로 정말 부모님 뜻대로

타지 이직 또는 (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전에는 결코 이 집을 나갈 수 없을 거라는.

그래서 부모님 마음이 아플 걸 알면서도 입 꾹 다물고 고집스레 버텼다.

 

타이르시는 멘트 모두가 "그냥 나중에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독립할게요"라는 대답을 요구하는 듯 했지만,

내가 그 대답을 않고 버티니까

결국은 아빠가 열흘 정도 더 생각을 해 보고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시며 물러섰다.

 

작성해두었던 과제물은 이 사건 이후로 대폭 수정해서 작성했다.

내 선전포고에 대한 반박으로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그대로 인용해서 과제로 제출했다.

그 갈등 상황을 아마 드라마 보듯 그리실 수 있었을 것 같다..ㅎ...

 

그리고 며칠 뒤, 약 1주일만에 두 번째 1:1 컨설팅이 재개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약 1시간 정도 상담이 이어졌다.

 

나에게 있어 '독립'은 어쩌면 '진로 결정'만큼이나 중대한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었기에

대표님은 두 번째 컨설팅에서 나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어주셨다.

 

상당히 당황했다.

사춘기를 요란하게 겪고 지나가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기껏해봐야(?) '먹는 것'으로 부모님 속 썩인 게 고작 ─ 부모님께는 고작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도 안 먹어서 비쩍 마른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하셨을 정도니까 ─ 이었다고 생각한 나에게

 

"독립? 그걸 왜 허락을 받아요? 내담자님, 부모님께서 허락 안 해주시면, 그냥 나가면 돼요. 그래도 되는 나이예요."

 

라고 대표님은 세게 말씀하셨다.

 

그 내용에 용기를 얻어서

"아, 나 그래도 되는구나."

정말로 독립을 위해 생전 처음 부동산에도 연락해보고 물밑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바로 상담 다음날, 갑작스레 부모님께서 교외에 있는 카페에 나가자고 하셨다.

 

나는 마음이 풀린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독립을 부모님 몰래 진행하려고 작업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부모님께 '나 아직 화 많이 났어요'를 시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카페에 함께 가지 않겠다고 버티려다가 그냥 따라나섰다.

왠지 몰라도 협상 테이블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게 그 이유였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교외의 예쁜 카페 야외 좌석에서

내 속을 터뜨리면서 울면서

(진상 손님....???ㅋㅋ 죄송해요, 카페 사장님..)

내가 정말 일을 저지를 것을 예고했다.

 

잠시 아빠가 자릴 비운 사이에 엄마가

"너, 아빠 성격 몰라?? 니가 지금 원룸 계약이라도 해서 나가면

보증금이고 월세고 뭐고 다 포기시키고 너 끌고 집 돌아올 사람인 거?"라고 경고하셨다.

이 말에 내가 부모님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래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가 어떻게 해야, 독립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순간, 내가 두어 달 전에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자료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맞다.

학원.

코딩 학원을 가면서 독립을 하겠다고 제시를 해 보자.

(코딩 학원은 퇴사하지 않고는 갈 수 없으니까, 학원을 타지로 가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 터닝 포인트를 잡기 위한 배팅이 시작되었다.

 

이미 두 번째 1:1 컨설팅에서

1단계 와이즈케이터 적성 검사 당시 결과 데이터를 언급하시면서 대표님은 내게

"여자애한테서 '기술형' 성향이 이렇게 높게 나온 건 드물다"고 말씀해주셨던 바 있었다.

그러면서 개발자(프로그래머) 직업 어떠냐고 넌지시 말씀하신 것에 대해 나도 상당히 흥미가 있어서,

이 길로 가야겠다고 어느 정도 마음 먹은 상태였다.

 

부모님도 내가 대책 없이 떼를 쓰는 것 같아 보여서 반대를 하신 걸 테니까,

"나는 앞으로의 진로로 '개발자'를 선택했고, 이를 밀고나가기 위해서 학원에 갈 것이며,

학원은 지방이라 본가에서 다니기 어려우니, 학원 근처로 독립을 하겠다"라며 소위 딜을 걸었다.

 

결론은 성공ㅎ

 

"너는 사춘기 때도 조용하던 애가, 왜 그 나이 먹고 사춘기를 겪는거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시기는 했지만...ㅎㅎ

 

어쩌면 절대 허락을 받지 못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독립'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내고 나니까

기분이 상당히 좋았나보다.

내가 느끼기에도 이후 며칠간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상당히 상처받은 듯이

"나가는 게 그렇게 좋냐? 그래도 엄마 앞에서는 티내지 말아줄래?"

라고 하셔서 자중하기로 했다..ㅎㅎ

 

퇴사까지 앞으로 남은 5개월, 그리고 앞으로 개발자로 전향에 성공하기까지의 계획.

이것이 두 번째 1:1 컨설팅에 따라 내게 주어진 과제물이었다.

 

이미 부모님 설득을 위해 작성해두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내 동생과 친구가 이 때 작성했던 설득용 문서를 보고, 기겁을 했었다. "이게 설득용이냐? 싸우자는 거지?"

그래서 정작 부모님께는 보여드리지 않은 자료다. 아마 보여드렸으면 뒤로 넘어가셨을지도...?)

그 때 자료에 내가 추가적으로 알게된 내용을 반영해서 새로 작성해 결과물을 제출했다.

 

그렇게 오늘, 마지막 1:1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무제한 컨설팅이라는 이야기는

"네! 저 이 일 하겠습니다. 앞으로 밀고 나갈 거예요!"라고 대답하기 전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처음에 대표님이 말씀하셨었다.

 

특히 나는, 두 번째 컨설팅 때 어느 정도 '진로 결정'에 대한 윤곽을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게 다뤘던 '독립' 투쟁(?)에 대한 결과도 전달해드릴 겸 세세하게 계획을 작성해 보내드렸었다.

 

그 덕분인지,

자금도 마련됐고,

부모님의 허락도 받아냈고,

할 일도 생겼겠다,

 

이제 내게 남은 건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내 삶을 오롯이 책임져 나가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
의지만 굳건히 다져나가면 된다.
의지만 믿지 말고 이제는 내가 안 하면 안 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라.
아무 것도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계획은 어차피 완벽할 수 없다. 어설픈 완벽주의 하지 말아라. 계획은 달려나가면서 수정하는 것이다. 가서 부딪쳐라!
좌절하는 것 또한 내 삶이다. "오늘은 좀 좌절했네, 토닥토닥, 그래도 내일부터 조금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이겨 나가다 보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그러한 좌절을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경험하고 이겨 나가면 된다.
좌절했다가 일어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거기서 나약하게 무너져 버린다면 내 삶이 힘들어지는 시간만 길어지는 거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하루하루 꾸준히 하는 게 제일 무서운 거다. 그게 진짜 열정이다.

 

말씀해주신 것 되새기면서 열심히 할게요ㅎㅎㅎ

 

(필요할 때 돈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그것이 내 인생 실패로 돌아올 수 있다.

돈 아깝다고 건강검진 안 받다가 나중에 큰 병 와서 고생하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컨설팅을 통해서,

올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진로 결정 & 독립

 

이것도 발전이라고 해도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상담을 통해서 스스로가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동생이 응원해주지 않는다고 이전처럼 시무룩해할 게 아니라,

응원하지 않을 거면 그냥 가만히나 있으라고 말을 할만큼(?)

 

 

대표님 덕분에,

와이즈위너를 만난 덕분에,

20대 마지막을 후회로 마무리짓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더 일찍 대표님을 만났다면 내가 이만큼씩이나 방황하지는 않아도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만난 게 어디야라고 생각한다ㅎㅎ)

 

진짜 이제 해 보자,

전쟁 시작!

 

아자아자 화이팅!!

몇 년 후에는, 개발자로 전향 성공했다는 소식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 내돈내산 후기임을 밝힙니다. 까먹기 전에 최대한 많이 기억에 남겨두려고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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